연구성과

화공 차형준 교수팀, 홍합 접착의 상분리 현상 비밀 밝혀…반응성 수중 생체접착제 개발 박차 기대

2018-12-28 1,251

표면접착단백질의 상분리를 통한 초기 수중 접착 메커니즘 제시

차형준 교수,양병선 씨

보통의 화학 접착제는 물기가 없는 물건을 붙이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접착제엔 물기를 조심하는 주의사항이 꼭 들어있을 만큼 물과 접착제는 상극관계다. 하지만 수중 접착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생체적합성이 높은 소재를 이용하면 수술 부위나 장기에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과학자들의 숙제였다. 특히 피부나 장기를 생체적합성 접착제를 이용해 접합하면 접합 부위가 더 빨리 아물고 흉터도 적게 생기는 장점이 있다.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팀은 수중 환경에서 바위 등에 강력하게 부착돼 있는 홍합을 분석해 초기 수중 접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표면접착 단백질의 상분리현상인 코아서베이션(coacervation) 메커니즘을 밝혀 초기 수중 접착의 비밀을 푸는데 한발 다가섰다. 홍합을 활용한 수중 접착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생체적합성 소재로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수술 후 체액으로 가득한 수중 환경의 장기를 접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분리 현상의 하나인 코아서베이션은 쉽게 말하면 물과 기름처럼 상이 분리되는 것을 말한다. 홍합이 표면접착 단백질을 분비한 후 상분리 현상을 이용해 강력한 수중 접착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그동안 예상은 해 왔지만, 실제로 접착 표면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표면접착단백질의 코아서베이션 형성과 그 메커니즘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분자생명공학기술을 통해 홍합의 초기 표면 접착에 관여하는 단일 성분의 표면접착단백질을 확보해 코아서베이션 형성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또 이에 관여하는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을 제시함으로써 홍합 수중 접착의 초기 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었다.

홍합의 대표적인 표면접착단백질인 fp-3F는 벤젠고리를 지닌 타이로신(Tyrosine)·도파(Dopa)라는 아미노산과 양이온을 지니는 아르기닌(arginine)이라는 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이 단백질은 특정 이차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코아서베이션이 일어나려면 단백질 간에 충분한 인력이 작용해야 하는데, 양이온을 지니는 아르기닌이 많기 때문에 척력을 극복하는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이 존재해야 한다.

연구팀은 대량확보한 fp-3F 단백질을 이용해 코아서베이션 형성을 위한 다양한 조건을 스크리닝한 결과, 특정한 염(salt)이 있을 때 코아서베이션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상부 임계공용온도를 가지는 것 또한 확인하였다. 라만(Raman) 분석을 통해 타이로신/도파의 벤젠링과 아르기닌 및 염이 코아서베이션 형성과정에 기여하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염 가교(salt-bridge)와 파이 상호작용(Pi-interaction)이 관여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연구를 주도한 차 교수는 “홍합의 초기 수중 접착 메커니즘을 밝힌 이 연구로, 최근 의료분야에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수중 생체접착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밝혔다. 또한 본 연구 결과를 통해 염, 온도, pH 등 다양한 환경 조건에 반응할 수 있는 반응성 코아서베이션이 수중접착제로써 활용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소재과학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스몰(Small)’에 게재되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중견)인 ‘부착성 생물의 수중 접착 기작에의 이해: 표면접착력과 응집력의 균형 조절’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