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4 182호 / 크리에이티브 포스테키안

2024-08-23 95

세계적인 로봇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

 

학생시절 진행했던 다양한 프로젝트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포스텍에 2020년 IT융합공학과 신입생으로 입학하여 어느새 졸업 학번을 앞둔 엄기영입니다. 모두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나요? 아마 지금도 여러분이 목표로 하는 대학교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렇다면 대학교 그 이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았나요? 아마도 그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생각할 시간, 이유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중, 고등학생 때는 대학교 그 이후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못하였었거든요. 그렇기에 이번 글을 통해 여러분이 미래 자신의 모습, 또 어떠한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를 상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로봇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제가 만든 로봇이 제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이 너무 즐거웠거든요. 유치원 때는 레고, 초등학교 때는 과학상자, 중학교 때는 과학 키트 등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왔기에, 제 꿈은 항상 로봇 과학자였습니다. 그런 와중 제가 좋아하는 이러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고등학교가 있다고 듣게 되어 그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부산에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고등학교에서 당시 관심 있었던 드론, 로켓, 자동차 등 정말 다양한 범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귀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저는 포스텍 IT융합공학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지원 당시 IT융합공학과는 이름이 생소했지만 찾아보니 제게 굉장히 매력적인 학과였습니다. 제가 필요로 하는 다른 과의 과목을 전공과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며 3학기 동안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 과목은 프로젝트의 지속력과 퀄리티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포스텍은 학생 창업지원을 많이 해주는 학교이기 때문에 제 꿈을 위해서 포스텍을 선택하였습니다.

 

서빙로봇(좌), 딜리버리로봇(우)의 사진

 

1학년 때의 저는 겁도 없이 교내에서 가장 큰 창업 대회인 ‘과하게 매력적인 기술창업 경진대회’에 나가게 됩니다. 당시 스마트 팜과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한다는 주제로 대회에 출전했고, 결과는 당연히 실패였습니다.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의 참신성, 구체적인 실현 계획 모두 부족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부족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후 저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내에서 로봇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였습니다. 다만 공간과 비용의 문제가 있었기에, 저는 제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결과물을 가지고 교수님을 찾아뵈어 제가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와 어떤 기자재들이 필요한지 말씀드렸습니다. 그 결과 부품을 구매할 수 있는 비용, 학과의 비품과 공간에 대한 사용 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부품들을 모아 로봇을 만들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저의 이러한 활동을 좋게 봐주신 교수님께서 학과 선배님의 창업기업과 함께 일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주셔서 기업과 컨택하게 됩니다. 포스텍 IT융합공학과의 창업기업은 상당히 많은데 그중 로보틱스 관련 기업은 HYBO와 POLARIS3D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그렇게 두 회사와 함께 여러 로봇을 만들고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POLARIS3D에서 본격적인 로봇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저에게 입사 제안을 해주셨고, 많은 고민 끝에 결국 한번 회사에서 일해보고자 마음먹고 그 제안을 수락하게 됩니다. POLARIS3D는 원래 자율주행 전문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와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로봇 하드웨어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입사 후 회사에서 직면한 여러 하드웨어적 문제점을 풀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서스펜션 개선, 추가 시제품 제작, 신기능 추가 등 다양한 문제에 부딪혔으며 제품 양산 과정에서도 모두가 처음이다 보니 많이 방황하였습니다. 그러나 모두의 노력으로 서빙 로봇 제품화 및 제품 양산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서빙로봇 외에도 딜리버리 로봇, 로봇팔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고, 이 모든 경험은 저의 양분이 되어주었습니다.

1년의 휴학을 마친 후 저는 직장인인 채로 복학했습니다. 하지만 방학 없는 학부생, 연차 없는 직장인의 삶은 가혹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고생하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번 창업에 도전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이번에 풀고자 하는 문제는 바로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문제였습니다. 당시 택배 배달 노동자 인권 문제와 코로나로 인한 물류 대폭증 등 다양한 이슈가 있었기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로봇 시스템을 만들어보고자 하였습니다. 저는 이제 준비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고 사업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딱 하나가 부족했습니다. 바로 돈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포스텍 기술사업화팀에서 최대 5,000만 원의 시제품 제작지원비를 지원해 주는 사업에 신청하게 됩니다. 일주일 가까이 밤을 새워 제안서를 작성하고 발표심사까지 진행한 후 저는 본 사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안서를 작성하기 위해 제 사비를 털어 시제품을 만들었고 이를 보여줌으로써 더욱 당위성을 높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금전적 문제를 해소한 후 저는 또 한번 ‘과하게 매력적인 기술창업 경진대회’에 지원하기 위해 비즈니스와 로봇을 완성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직면한 문제는 거의 동일했습니다. 사업성을 확보할 방법과 어떤 부분에서 차별점을 가져갈 수 있을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제가 제작한 로봇은 바퀴 4개가 모두 독립적으로 조향, 구동이 되는 방식으로 제자리 회전, 좁은 폭 주행 등에 강점을 가집니다. 따라서 저는 도심 환경에서 운행하기 적합한 형태라는 장점을 갖고 차별점을 만들어 나갔으며 이를 기반으로 사업에서 우위를 가져갈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솔직히 이 사업 모델에는 허점이 많아 지금은 아이템을 변형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회에서의 저는 그 당시만큼은 그 아이템을 믿고 열심히 밀고 나갔습니다. 그 결과 로봇 하드웨어의 완성도와 아이템을 좋게 봐주신 심사위원분들 덕분에 제13회 과하게 매력적인 기술창업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습니다.

 

김태민(좌), 엄기영(중앙, 본인), 김찬영(우)

 

이제 저는 모토마인드 팀의 예비 스타트업 대표입니다. 창업은 제 꿈을 이루기 위한 거의 유일한 선택지였으며, 제 꿈은 세계적인 로봇 기업을 일궈 제가 만든 로봇으로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스타트업 창업이 쉬운 길이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저는 제 팀원들을 이끌며 책임감을 느끼고,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에 대해 항상 고뇌하고,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제 사비를 털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로 말미암아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 과정이 행복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무언가를 목표로 하여 달려갈 때 힘들고 지치지만, 그 과정에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여러분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업, 연봉에 얽매이지 않고 목표로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글.  IT융합공학과 20학번 엄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