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4 181호 / Science black box

2024-04-29 38

범인은 언제나 흔적을 남긴다!
완전 범죄를 막는 수사의 비밀

 

“우리는 오로지 과학적 진실만을 추구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윤리 헌장의 첫 번째 항목입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양한 범죄 사건들이 과학 수사를 통해 해결되고 있죠. 하지만 매체에서 소개되는 수사 이야기를 들어보며 ‘저 정도는 들키지 않을 수 있을 거 같은데?’라고 생각해 본 적 있지 않나요? 실제로 수사망을 피하고자 하는 범죄자들의 범죄 수법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꼭꼭 숨겨진 범인의 흔적도 잡아내는 과학 수사 기법들이 있답니다!

 

PART #1. 장갑흔

지문은 장갑을 끼면 가려지는 거 아니야?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른 지문을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지문은 범죄 수사에 많이 사용되는데요. 지문을 숨기기 위해 범인들은 장갑을 끼곤 합니다. 그렇다면 손자국을 찾는 방법은 포기해야 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수사대는 장갑 자국, 즉 장갑흔으로 범인을 찾기도 한답니다! 장갑에는 먼지나 흙, 또는 범죄 현장에 남아 있던 혈흔들이 잘 묻습니다. 따라서 장갑을 낀 손으로 다른 표면을 만지면 그 장갑의 무늬대로 자국이 남는 것이죠. 수사대는 이 장갑의 무늬를 젤라틴판이나 지문 분말을 이용해 얻어낼 수 있습니다. 장갑은 그 종류에 따라 만들어지는 무늬가 모두 다른데요. 그러면 장갑흔으로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먼저 장갑의 재질입니다. 장갑은 주로 가죽, 천, 고무 등의 재질에 따라 남는 자국이 모두 다릅니다. 이를 통해 범인이 어떤 종류의 장갑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죠.

그림 1. 장갑의 재질과 그에 따른 장갑흔

하지만 재질을 아는 것만으로 수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엔 부족하겠죠? 장갑이 같은 재질로 만들어졌더라도 장갑을 제조한 방법은 다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장갑흔의 형태는 달라집니다. 또한, 장갑을 사용하다가 생긴 구멍, 찢어진 흔적 등의 특징도 장갑의 고유 특성처럼 남아 있을 수 있어요. 이것들은 모두 장갑흔에 남아서 장갑을 구분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답니다. 덧붙여, 장갑으로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를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장갑을 낀 손에서 땀이 나서 그 땀이 장갑흔과 함께 표면에 묻었다면, 이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땀에 섞인 소량의 상피세포로도 DNA를 증폭시키면 개개인을 구분할 수 있는 단서가 되거든요!

 

PART #2. 음주 대사체 시험법

음주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숨길 수 있는거 아니야?

음주 운전 중에 사고가 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직하게 잘못을 털어놓으면 좋겠지만, 처벌받고 싶지 않아 잠적했다가 나중에야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 경우에 사고 당시 음주를 했는지에 대한 여부가 확실치 않아 무죄로 판결받은 사례도 있는데요. 과학 수사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의 음주 검사와는 다른 새로운 시험법을 제안했습니다. 기존의 음주 검사는 혈중알코올농도 측정법을 사용합니다. 음주측정기는 날숨 속에 있는 알코올 농도를 통해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추정하는데요. 음주한 사람의 날숨에는 알코올 분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코올이 음주측정기 속 백금 전극의 양극에 달라붙으면 산화되며 전극에 전기를 흐르게 합니다. 즉, 날숨 속 알코올이 많을수록 전류의 세기가 커지고, 이를 통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혈액 안 에탄올 농도는 빠르게 감소하므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법은 음주 후 8시간만 지나도 음주 여부를 알기 힘듭니다. 또한, 이 검사법은 음주 시기를 정확히 알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안된 검사는 바로 음주 대사체 시험법입니다. 혈액과 소변을 통해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이 시험법은 체내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며 발생하는 부산물을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EtS(에틸 황산)와 EtG(에틸글루쿠로나이드)라는 물질이 발생합니다.

그림 2. 체내 알코올 분해 과정

이 물질들은 에탄올보다 늦게 생성되고 음주 후 3시간이 지나서야 최고 농도에 다다릅니다. 따라서 음주 대사체 시험법과 혈중알코올농도 측정법을 동시에 사용하면 음주 여부와 음주 시기를 더욱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음주 대사체 시험법을 이용하면 음주 후 최대 3일까지도 음주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하니, 이제 더욱 정확한 음주 검사를 할 수 있겠죠?

 

PART #3. 루미놀 반응

혈흔은 말끔히 지워버리면 되는 거 아니야?

범죄 현장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증거물은 혈흔입니다. 과학 수사대는 현장에 남아 있는 혈흔으로 DNA 정보를 찾아내거나 핏자국의 형태를 분석하여 사건 중 일어났던 일을 유추하곤 합니다. 혹시 발각되기 전에 핏자국을 모두 지우거나, 피가 묻은 옷을 빨면 되는 게 아닐지 하는 의문이 있지 않았나요? 하지만 루미놀 반응을 이용하면 숨겨둔 혈흔을 모두 찾아낼 수 있습니다! 먼저 혈액의 구성에 대해 알아봅시다.

그림 3. 헴의 일종인 헴 B의 철-포르피린 소단위체

혈액은 혈장과 혈구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혈장은 단백질과 당 등이 녹아 있는 액체입니다. 혈구는 혈장을 떠다니는 혈액 세포로 그 종류로는 적혈구, 혈소판, 그리고 적혈구가 있습니다.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도넛 모양의 세포인데요. 적혈구가 붉은 이유는 붉은색의 헤모글로빈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헤모글로빈은 4개의 헴(Heme)이라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헴은 단백질의 일종인 포르핀과 철-포르피린 소단위체가 결합한 복합체입니다. 철-포르피린 소단위체의 철이 산소와 결합하여 적혈구의 산소 운반이 가능해지게 됩니다. 루미놀 용액은 혈액과 반응하면 파란색 발광이 일어나는데요. 이는 혈액 속 헴에 있는 철과 루미놀 시약이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루미놀 시약은 루미놀, 탄산나트륨, 과산화수소, 증류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루미놀 시약을 혈액에 떨어뜨리면 철이 촉매 역할을 하여 과산화수소의 분해가 일어나는데요.

이 과정에서 산소와 물이 형성됩니다. 이후 루미놀은 염기성 물질과 반응하여 2가 음이온이 되면서 앞서 형성된 산소와 반응하는데요. 이때 루미놀 분자는 매우 불안정해져 파란빛을 방출하게 된답니다! 이 반응에 따르면 헴의 철은 단순히 촉매 역할만을 하므로 루미놀에 비해 소량만 남아 있더라도 파란빛이 나타납니다. 심지어 혈액은 1:5,000,000까지 희석되어도 루미놀과 반응할 수 있는데요. 따라서 피가 묻은 옷을 세탁하거나 바닥에 묻은 피를 지워서 혈액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도 혈액을 모두 찾을 수 있다고 하네요!

이 외에도 과학 수사 기법은 다양하게 발전하며 진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과학 수사 기술을 보유한 나라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발전은 결국 다른 사람이 더욱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학자들이 있기에 이루어질 수 있었겠죠? 여러분들도 자신의 연구로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이공학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화학과 22학번 28기 알리미 김유빈

 

[참고 자료]
1. 정상우, “hemoglobin, heme, globin – 혈색소, 헴, 글로빈.”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2017년 12월 21일.
ttps://medicine.jnu.ac.kr/xboard/board.php?mode=view&number=16481&tbnum=27&sCat=0&page=1&keyset=&searchword=
2. “Luminol” LibreTexts CHEMISTRY. n.d.
https://chem.libretexts.org/Ancillary_Materials/Demos_Techniques_and_Experiments/Lecture_Demonstrations/Luminol
3. Melad G, Paulis. “What can glove impression evidence reveal about assailants? A pilot study.” Forensic Sci Res. Vol.7. (2022): 29–39.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8942492/
4. “‘땀’ 때문에 덜미 잡힌 빈집털이.” 「YTN」. 2016년 02월 29일. https://www.ytn.co.kr/_ln/0103_201602291925483391
5. 한돈규, “음주 측정기의 원리와 음주처벌 기준.” 「LG케미토피아」. 2015년 2월 27일. https://blog.lgchem.com/2015/02/breathalyzer/
6.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음주 대사체를 이용한 지능형 음주범죄 해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NFS 홍보관」. 2018년 12월 10일
https://www.nfs.go.kr/site/nfs/ex/bbs/View.do?cbIdx=69&bcIdx=1000689&parentSeq=1000689
7.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음주 대사체를 이용한 법화학분야 감정서비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NFS 홍보관」. 2018년 12월 20일
https://www.nfs.go.kr/site/nfs/ex/bbs/View.do?cbIdx=69&bcIdx=1001033&parentSeq=1001033
[그림 출처]
그림 1. 지명훈. “장갑 끼고 완전범죄?… 꿈깨!” 「동아일보」. 2009년 9월 25일.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090925/8813824/1
그림 3. “헤모글로빈” Wikipedia. n.d.
https://ko.wikipedia.org/wiki/%ED%97%A4%EB%AA%A8%EA%B8%80%EB%A1%9C%EB%B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