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4 181호 / 크리에이티브 포스테키안

2024-04-30 41

공학도로서의 삶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20년에 포스텍에 입학하여 현재는 대학원에 입학한 권기현입니다. 대학원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저는 해보고 싶은 것과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많으며 진로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생인 저도 그러한데, 하물며 대부분 고등학생이실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께서는 고민이 많으면 더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여러분의 고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기업가를 꿈꾸는 한 공학도의 창업(에코텍트) 여정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포스텍은 이전부터 연구중심대학이라는 타이틀과 더불어 국내 최고의 창업지원대학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학부생들은 창업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하게 되었고, 저 역시 처음에는 단순 호기심으로 창업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하며 관련 교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해외에서 버섯 균사를 이용하여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탈바꿈한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고, 이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이 창업에 대한 여정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미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균사를 연구하고 실험을 진행하며 이에 대한 큰 발전 가능성을 보았고, 때마침 한국에서도 균사가 폐자원으로 분류되었기에 이를 이용하여 친환경적인 소재를 만드는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던 중 ‘친환경 부표 시장’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 바다 위에 떠다니는 하얀 물체를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바로 스티로폼 부표인데요, 국내 부표 총수는 약 5,000만 개 정도 되는데, 이 중 단 1개만 미수거되더라도 750만 조각에 다다르는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곤 합니다. 연간 부표 평균 투기량을 고려한다면, 스티로폼 부표로 인한 해양 환경 오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심각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양수산부에서는 ‘2025 스티로폼 부표 Zero화’정책을 발표하여 모든 스티로폼 부표를 회수하고, 전면 친환경 부표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친환경 부표를 공급하고도 있지만, 기존 스티로폼 부표에 비해 친환경 부표의 내구성과 가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어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매우 컸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부표에 관한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저는 균사를 기반으로 여러 물질을 혼합 배양하여 생분해할 수 있는 부표를 제작한다는 아이템으로 창업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목표는 환경성과 내구성을 개선하면서도, 경제성을 갖춘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하여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출처)https://www.unicornfactory.co.kr/article/2023112311083024195

그 과정에서 연구가 총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소재 개발’로, 균사의 특유 섬유 조직을 기반으로 기존 스티로폼보다 내구성이 5배 강하면서도 생분해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는 것에 주력하였습니다. 두 번째 주제는 ‘양산/제조’로, 랩 스케일에서 플랜트 규모로 공정 규모를 키웠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물성 차이를 표준 편차 5% 이내로 줄이도록 하는 연구와 제품별 친환경 코팅에 대한 연속 공정을 개발, 이를 통해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을 제로화시키는 연구까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주제는 ‘신뢰도/내구성 평가’로, 특히 해당 분야의 경우 기계공학과 이안나 교수님과 소속 연구원분들의 큰 도움을 받아 기계적 물성값을 측정하고 이를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경제성을 위해 위 연구를 인-하우스 기술로 진행하고자 하였고, 각각에 관한 연구가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기술적 검증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고, 이 덕분에 일차적으로 창업에 대한 확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창업 지원에 강점을 가지는 포스텍답게, 제가 도움을 받은 것은 비단 연구 지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창의 ICT 4.0 혁신인재사업을 통해 사업화 쪽으로도 크게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연구 성과로 연락 주신 친환경 부표 사업 관련 담당자들과의 협업 덕분에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Sk hynix에서 개최한 사회적 문제해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기술적/사업적 지원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기도 하였고, 창업에 대한 경험이 있어 제게 큰 도움을 주신 선배님도 곁에 있었습니다. 충분한 지원과 함께했던 우수한 팀원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어낸 성과를 보면서도 창업하지 않을 수는 없었고, 그러한 확신 속에 지난 2023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던 만큼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저 자신이었을 것입니다. 플라스틱 사출 공정에 대해 경험 하나 없고, 학사 학위도 취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조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았습니다. 실제로 그러한 부분에서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뛰어다니며 자문과 조언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일면식이 없던 교수님께 연락드려 제 사업을 설명해 드리면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였고, 창업과 관련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다 덤벼들고 보았습니다. 그러다 눈을 떠보니 국내 최고 대학의 교수님과 연구원분들이 제 기술 연구를 지원해 주고 계셨고, 유명한 VC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업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고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무작정 지원해 보았던 지원사업 및 경연대회에서도 연전연승하였고, 한 점의 국무총리상과 세 점의 장관상을 포함한 13회 수상을 하고 났을 때 비로소 제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저는 모르는 것이 많았고 성장해야 했습니다. 특히 환경 쪽 제조 스타트업에 도전하기에는 지금까지도 환경성과 경제성을 평가하는 측면에서 여러 지식을 배워야만 했고,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를 계속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저는 오늘도 창업과 연구를 병행하는, 기업가를 꿈꾸는 공학도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 제가 졸업 당시 연설 대표로서 강조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공학도로 사는 삶’과 ‘목표가 있는 삶’입니다. 코미디언이 대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공학도는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그 방법은 무수히 많습니다. 어떤 코미디언은 방송사 TV 쇼에 출연하여 웃음을 선사하고, 또 어떤 코미디언들은 플랫폼을 통해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공학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흔히들 공학도라고 하면 연구소에서 밤낮으로 연구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어떤 공학도는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도 합니다. 단순히 직업에 대한 고민보다는 본인의 진실된 목표가 무엇인지, 만약 공학도가 되고 싶다면 어떤 공학도로 살아가고 싶은지 한번쯤 고민해 보시면 진로 설계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빌려 제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포스텍 알리미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기술적 연구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신 기계공학과 이안나 교수님, 제 목표에 대해 공감해 주시고 따뜻하게 반겨주신 화학공학과 한지훈 교수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화학공학과 20학번 권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