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3 180호 / 알리미가 만난 사람

2023-12-12 555

< 김성근 총장님과의 이야기>

나만의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

포스텍이라는 기회의 땅을 학생들이 마음껏 거닐 수 있도록 누구보다 학생들을 위하는 분이 계십니다.
이번 <알리미가 만난 사람>에서는 포스텍 제9대 김성근 총장님을 만나 뵈었는데요! 새로이 취임하신
김성근 총장님께서 가꾸어 나가고 싶은 포스텍에 대해 함께 들어볼까요?

 

# 1. 총장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포스텍 제9대 총장 김성근입니다. 저는 화학과 물리학에 모두 관심이 있어 학사는 화학, 석사는 물리학, 박사는 화학물리학을 전공하였고, 교수가 되어서는 물리화학을 연구하고 가르쳤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1989년부터 2022년까지 34년간 교수 생활을 하면서 교육과 연구를 모두 즐기는 통상적인 교수 생활을 했습니다.

 

#2. ‘포스텍’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대학인으로 살며 늘 아쉬웠던 점이 있습니다. 한국 대학과 미국 대학을 꼭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한국 사회는 예의 바르고 남들과 함께 가려는 성향이 강하지만, 서양 사회는 개인주의가 강하고 개인의 생각과 의사를 활발히 표현하는 사회라는 점입니다. 특히 학계라는 곳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것들끼리 경쟁하는 곳으로서, 서양 사회에서는 학생들이 교수님의 의견에 반대하기도 할 정도로 논쟁이 굉장히 치열합니다. 이런 모습들을 학문 중심주의, 아카데미즘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개인주의가 강한 사회에서는 아카데미즘이 뿌리내리기 쉽지만, 한국은 존중 의식이 강해서 남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어도 대놓고 얘기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이는 학문 추구에 있어서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따라서 저는 학문, 진리 탐구 그리고 앎에 대한 열망이 중심이 되는 아카데미즘을 포스텍에서 발현해 보고 싶습니다. 포스텍은 이공계를 꿈꾸는 소수정예들이 모인 집단으로서 이러한 생각을 현실로 옮기기에 가장 좋은 학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총장님이 생각하시는 ‘포스테키안의 DNA’는 무엇인가요?

‘탑건’이라는 영화의 부제는 매버릭입니다. 매버릭은 길들지 않은 젊은 소를 말합니다. 탑건의 톰 크루즈 역시 콜사인이 매버릭이며, 본인 나름의 원칙은 존재하나 남이 만들어 놓은 규율이나 법칙을 따르려 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저는 포스테키안에게는 이러한 매버릭 유전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우르르 몰려가는 길을 거부하고 나만의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이 포스텍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포스텍에는 이 매버릭 유전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이것을 강화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노벨상만을 목표로 할 수는 없지만, 이런 풍토에서야 비로소 노벨상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벨상은 개척자에게 주어지는 상이기에, 최초가 되기 위해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합니다. 포스테키안의 DNA에 매버릭 유전자가 있으리라 믿고 이 매버릭 유전자를 강화해 나간다면, 이러한 드높은 성취를 이루는 데에도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4. 총장님이 생각하시는 포스텍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장점보다는 다른 점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장점은 남보다 잘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남이 가지 않는 길로 혼자 먼저 간다는 것은 ‘다른’ 점입니다. 취임사에서도 얘기했듯이, 엄지손가락은 다른 손가락에 비하면 키가 작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으뜸의 상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각도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도구는 엄지의 엇갈린 방향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포스텍도 엄지와 같이 남들과는 다른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포스텍은 소수정예이기에 서로 부대끼면서 성장하는 분위기가 크고, 그걸 통해서 서로 간의 결집력도 강해지고, 상대방을 통해 깊이 있게 배우는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5. 총장님의 인생 가치관, 삶의 모토가 어떻게 되시나요?

오래전 미군 방송에서 나온 공익 광고가 생각납니다. 음악회에 간 부부가 아이가 없어져서 찾던 중에 무대가 열리고 아이가 거기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놀랍니다. 아이는 제멋대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데 그날의 연주자가 나와 아이와 함께 피아노를 치면서 멋진 음악을 만들어 냅니다. 환호하는 청중들을 보여주며 자막에 등장하는 영어 단어가 바로 ‘Encouragement’였습니다. 저는 격려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격려하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제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도, 대학교 지도교수님도, 대학원 지도교수님도, 박사후연구원 지도교수님도 모두 격려의 달인들이셨는데 아마 그래서 제가 계속 이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저도 교수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을 격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견지하고 싶은 자세는, 그리고 인간 사회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바로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6. 총장님의 꿈 혹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직업적으로는 작년에 교수를 은퇴할 때 이미 꿈을 다 이룬 것 같습니다. 학자로서 살면서 좋은 대학에서 오랫동안 교수 생활을 하고, 많은 훌륭한 제자들을 키워냈기 때문에 꿈을 이뤘냐고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포스텍에 온 이상 새로운 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꿈이 아까 말했던 포스텍을 대학다운 대학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포스텍 2.0: 제2의 건학”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개교한 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초기의 열정과 패기가 희석되고 약화되어 가는 이 시점에 다시 재도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포스텍 2.0의 첫 단추를 끼우고자 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7. 이공계 진로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직업이 행복을 결정짓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점점 모험 회피형 인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미래를 바라볼 때, 직업만을 바라보고 자신의 커리큘럼을 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과 얼마나 잘 맞는지, 그리고 그것에서 느끼는 본인의 보람을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비유를 들자면, 학교라는 곳은 마치 시냇물 같습니다. 시냇물에서 물은 한 방향으로 흐르다가 강물이 되고, 바다에 들어가면 그때는 흐름이 없어집니다. 시냇물에서는 물이 흐르는 방향대로 빨리 헤엄치는 물고기가 유리하지만, 사회라는 바다에 도달하면 정해진 방향이란 없기에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보는 눈이 더 유리합니다. 지금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서가야겠다는 욕구보다 어떤 눈으로 세상과 자연을 바라보느냐, 어떤 눈으로 나의 커리어를 바라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공계 진로를 꿈꾸며 포스텍을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우리는 헤엄치는 기술도 가르쳐 주겠지만 무엇보다 잘 보는 역량을 키워주려고 합니다.

총장님의 말씀 속에서 학문에 대한 열정과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미래의 포스테키안으로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어엿한 과학도로 성장해 나가길 응원합니다. 학생들이 꿈을 피워나갈 수 있도록 좋은 말씀을 들려주신 김성근 총장님 감사합니다!

 

(글) 컴퓨터공학과 22학번 28기 알리미 박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