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2 여름호 /Science black box

2022-07-15 223

과학사의 4대 악마

여러분들은 악마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많은 사람이 빨간색과 검은색, 뿔, 날개와 함께 초월적인 힘을 지닌 비현실적인 모습을 떠올리고는 하는데요. 이런 것과는 관계없어 보이는 과학사에서도 악마가 등장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과연 과학사에서는 어떤 악마가 존재했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1

사람의 감각을 조종하는 데카르트의 악마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감각은 진짜일까?’ 17세기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르네 데카르트가 스스로 던졌던 질문입니다. 데카르트는 만약 어떤 악마가 존재해서 우리의 모든 감각을 조작하고 있다면, 과연 사람은 그것을 구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의문을 시작으로 데카르트는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는 요소를 모두 배제하고, 그런데도 거짓이라 할 수 없는 진리를 찾으려 했습니다. 여기서 데카르트가 얻은 깨달음은 현재까지도 전해지는 유명한 명언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입니다. 데카르트는 그런 악마가 존재하더라도 조종할 대상인 나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조종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런 데카르트의 주장은 당시 신 중심의 신학적 철학에서 인간 중심의 이성주의적 철학으로의 변화를 이끄는 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2

과거와 현재의 모든 것을 알고, 미래를 예언하는 라플라스의 악마

여러분들이 책상 위에 멈춰 있는 구슬을 가볍게 친다면, 구슬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대략 예상할 수 있을 겁니다. 더욱 정밀한 도구를 이용해서 질량과 운동량을 알고 계산한다면, 구슬의 이동 궤도를 더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17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인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는 이러한 점에 기반해서 라플라스의 악마를 만들어 냅니다. 만약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질량과 운동량을 정확히 아는 악마가 있다면, 그 악마는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우리의 자유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물리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됩니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 과정에서 이런 악마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으므로, 우주의 모든 원자의 질량과 운동량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가정이 옳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3

가장 완벽한 생물, 다윈의 악마

주 서식지가 사막인 선인장은 잎이 가시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같은 섬에 서식하는 동물은 같은 조류더라도 그 먹이의 형태에 따라 부리의 형태가 천차만별입니다. 이렇듯, 현재 존재하는 생물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19세기 지질학자이자 생물학자인 찰스 다윈은 자연 선택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여, 특정 환경에서 생존에 적합한 형질을 지닌 개체군이 다른 개체군보다 생존과 번식에서 이익을 봐서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다윈의 악마가 등장합니다. 다윈의 악마는 자연 선택적으로 모두 우위에 있는 생물로 즉시 번식하고, 즉시 출산하며, 수명이 영원하고, 천적이 없는 생물입니다. 현재 다윈의 악마 조건에 완전히 부합하는 존재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세균은 수명과 천적의 존재가 거의 무의미할 정도로 번식력이 높아 현재로서는 다윈의 악마에 가장 근접한 생물입니다.

 

#4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존재, 맥스웰의 악마

따뜻한 물에 티백을 넣으면, 차에서 우러나오는 액체가 점점 퍼져나갑니다. 또, 책상 위에 놓인 물컵을 넘어뜨려 쏟으면 물은 사방으로 퍼져나갑니다. 이러한 현상의 공통점은 가지런히 정렬된 것이 무질서하게 흐트러지는 것으로, 무질서도, 혹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고립계의 엔트로피는 감소하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18세기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가상의 악마를 만들어냅니다. 속력이 빠른 기체 A와 느린 기체 B가 존재하는 고립된 방이 칸막이로 두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맥스웰이 만든 악마는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기체 분자가 칸막이로 접근하면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칸막이를 열거나 닫아 기체 A와 B를 분리해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방의 한쪽은 기체 A만 존재하여 온도가 올라갈 것이고, 다른 한쪽은 기체 B만 존재하여 온도가 내려갈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고립된 방의 엔트로피는 내려가므로, 열역학 제2법칙이 깨지게 됩니다. 이 가상의 실험을 두고 거듭된 고민 끝에 한 과학자가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19세기 IBM의 롤프 란다우어는 25℃의 온도에서 1비트(Bit)의 정보를 지울 때 엔트로피가 증가하게 된다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만약 기체 입자가 상자의 한쪽에 있을 때를 0, 반대쪽에 있을 때를 1이라고 하면 악마가 입자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머릿속에서 지울 때마다 엔트로피는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만약 방과 악마까지 한 계로 따진다면, 위의 과정에서 총 엔트로피는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발표를 통해 열역학 제2법칙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과학사 속에서 등장한 4명의 악마를 알아보았습니다. 글에서 알아볼 수 있듯, 과학자들은 초월적인 힘을 지닌 악마라는 존재를 이용해 당시의 과학적 수준으로 설명해내기 어려운 상황을 가정하고 반박하며 과학적 개념의 확장과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즉, 결국 핵심은 의문점의 해소를 위해 탐구하며 진리에 다가가려는 태도임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호기심과 탐구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만의 악마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자료]

1.「[과학사 4대 악마] 1부 – 데카르트의 악마 vs 라플라스의 악마」, 『살살 알려드림』, 2020.12.15. https://www.youtube.com/watch?v=rHcI2JfKyik

2.「[과학사 4대 악마] 2부 – 다윈의 악마 vs 맥스웰의 악마」, 『살살 알려드림』, 2020.12.21. https://www.youtube.com/watch?v=QJBQlkLHTfw

3.「라플라스의 도깨비」, 『위키피디아』 https://ko.wikipedia.org/wiki/라플라스의_도깨비

4.「Darwinian Demon」,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Darwinian_Demon

5.「맥스웰의 도깨비」, 『위키피디아』 https://ko.wikipedia.org/w/index.php?title=맥스웰의_도깨비&tableofcontents=0

6.「[뉴스] “정보 사라질 땐 반드시 에너지 필요” 실험 입증」, 『사이언스온』, 2012.03.13. http://scienceon.hani.co.kr/32659

 

글 / 무은재학부 22학번 28기 알리미  김유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