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1 겨울호 / 포라이프

2022-01-19 47

예술의 맥을 이어 나를 돌아보다

 

# 예술의 맥을 이어가자
극단 ‘예맥’은 ‘예술의 맥을 이어가자’라는 취지로 창단된 극단으로 포항 극단이지만 수도권에서도 수상을 쓸어 담으며 실력을 증명한 극단입니다. 이번 10/13~10/15에 예맥 분들과 함께 포항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효자동 브루스’라는 창작극을 올렸습니다. 저희는 연극 대선배님들과 함께 극을 올린다는 것 자체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작은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며 함께 극을 그려나가는 미래까지 멀리 내다보며 교류 활동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희 연극 동아리 애드립(ADLIB)에서 미리 계획하고 충분히 준비한 뒤 예맥 측에 컨택을 한 게 아니라, 동아리연합회 측에서 포항지역 문화 예술인들과의 교류를 추진하던 중에 포스텍 연극 동아리와 함께 공연하는 건 어떤지 이야기가 나와서 어쩌다 보니 급하게 교류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잡혀 있는 틀도 없었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도 잘 몰라 예맥 측과 자주 상의하며 하나하나씩 만들어갔던 기억이 크게 남는 것 같습니다.
‘효자동 브루스’극은 예맥과 애드립이 함께하는 첫 교류 활동이고, 예맥에서 이미 준비 중인 극에 손을 도우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스태프 위주로 함께했습니다.
애드립 동아리원들은 무대 뒤에서 대기하다가 암전시 무대를 변경하러 달려 나가는 무대팀, 극의 진행을 이끌어가는 조명을 담당하여 타이밍 맞게 세기를 조절하는 조명팀, 극의 감정을 몇 배로 부풀리는 음향을 다루는 음향팀, 포스터를 널리 홍보하고 공연 당일 관객과 마주하며 티켓팅을 담당하는 홍보팀뿐만 아니라 철호의 여자친구역, 반찬가게 손님역과 같이 직접 무대에 올라 빛을 발하는 배우로도 참여했습니다.
저는 조연출 겸 무대감독의 역할로서 참여했습니다. 극이 만들어지는 중간에 조연출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아 참여하게 되어서 극을 기획하지는 않았고, 무대감독의 역할을 주로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조명 큐나 음향 큐, 배우분들
입 . 퇴장 타이밍, 무대 소품 상황 등 연출을 담당하신 분께서 만들어놓으신 연극을 이해하고 극이 진행될 때 흘러가는 감정을 느끼며 적정 타이밍에 맞게 큐를 넣는 연습을 했습니다. 어느 정도 지난 뒤엔 수정 예정인 부분에 조금씩 제 아이디어를 연출님께 조금씩 말씀드리며 연출님께서 결정하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19가 시작되어 대면 공연을 올려본 적이 없는 저에겐 조연출의 자리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예맥 분들께서 많이 배려해 주시고 새로운 것들을 알려주신 덕에 연극의 깊이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나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행복했습니다.

연극단원들과의 단체 샷

 

# 감정을 바라보다

처음 포스텍에 입학하고 들어갈 동아리를 고를 때, 주변 선배들로부터 연극 동아리 애드립을 소개받게 되었고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애드립에 들어와 연극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고등학생 때 연극을 해본 적이 없고 지금까지도 대면 공연에서 직접 연기해 본 적이 없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캐릭터를 분석하고 또 각자의 표현 방식들을 바라보며 감정에 대해 많이 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같은 상황이어도 사람마다 다른 감정을 느끼며 다르게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감정이 이성을 제쳐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이성이 감정을 무시하기도 합니다. 동일하게 표출한 감정이어도 상대방에 따라 전달되는 감정의 정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내가 누군지 아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겠지만, 연극이 이를 충분히 도와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연극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 처해보고 다양한 사람이 되어보며 나를 직면해 보는 건 색다른 경험이 될 것입니다.

(좌)조연출 노력의 흔적 / (우)‘효자동 브루스’ 포스터

몇 년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감히 연극을 정의할 순 없겠지만, 그동안 제가 생각한 연극은 ‘감정을 이해하는 것’ 이라 생각합니다. 배우의 말투, 동선, 몸짓 하나하나에도 다 의미가 부여되어야 한다고 배웠는데, 이는 극 중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하고 온전히 받아들여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극은 사람마다 생각과 가치관이 다른 상황에서 하나의 극이라는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발생하거나 감정이 예민해지고, 서로의 감정이 틀어질 수 있는 당연한 어려움이 닥치게 됩니다. 게다가 감정을 다루는 활동이다 보니 개인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서로 생각하고 배려해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대부분 고등학생이실 독자분들에겐 팀 프로젝트가 그럴 것입니다. 이미 많은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앞으로 더 많은 팀 프로젝트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떤 팀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결과보단 사람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서로의 장점을 합쳐서 다 같이 잘해보자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 팀 프로젝트라 생각합니다. 팀 프로젝트 이전에 사람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아름다운 연극은 아무리 몸이 힘들더라도 모두가 행복할 때 비로소 만들어집니다. 연극을 올린다는 결과에 사로잡혀 감정이 상하도록 방치해 버린다면, 연극이 완성은 되어도 아름답지는 않을 수 있으니까요.
답답한 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이건 저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니 ‘그런 가치관도 존재하는구나’하고 가볍게 읽고 넘어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며 자신이 누군지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보는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 제가 선배가 되지 않더라도, 우연히 접하게 되어 잠깐 만나게 된 글이라도,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에게 인생의 큰 질문을 던지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캐릭터와 마주하고 싶다면 포스텍 연극 동아리 애드립(ADLIB)을 추천합니다! 특히 전국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극단 예맥과 함께한다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고 싶다면…

 

글. IT융합공학과 20학번 이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