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1 가을호 / 포커스

2021-10-19 67

고등학생 기자단 포커스 2기, 포스텍 이지오 교수님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창평고등학교 3학년 윤신유입니다. 성공적이었던 포커스 1기의 뒤를 이어 포커스 2기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구조생물학’ 분야의 석학이자 최근에 신설된 세포막단백질연구소의 소장이신 생명과학과 이지오 교수님을 인터뷰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급부상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구조생물학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인터뷰 내용을 모두 기사에 담고 싶었지만 그중 감명 깊었던 답변만을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자세히 알아보시죠!

 

 

01

랩 투어를 진행하면서 극저온전자현미경을 보았는데요, 이것을 이용해 생물의 작은 구조를 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구조 연구가 생명과학 연구에서 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의 기능을 주로 담당하는 것이 단백질이고, 이 단백질의 기능을 연구하는 것이 생명과학입니다. 생명과학 중 한 분야인 구조생물학은 단백질의 모양을 연구하는 학문이고요. 단백질의 모양에 따라서 하는 일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조 연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는 DNA의 이중 나선 구조 연구입니다. DNA가 유전 물질이라는 것이 알려지기 전에, 단백질이 유전 물질이라고 주장하는 다수의 사람과 DNA가 유전 물질이라고 주장하는 소수의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왓슨과 크릭이 DNA의 구조를 밝혀내자 DNA가 유전 물질이라는 것이 바로 증명되었잖아요. DNA가 이중 나선 구조를 이루고 있고 염기가 서로 상보적이라서 유전 물질의 성질을 띠니까요. 그러니까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예요. 그때를 기점으로 사람들이 DNA가 유전 물질이라는 것을 믿기 시작했어요. 또 다른 예시는 헤모글로빈 구조 연구인데요. 헤모글로빈의 구조를 파악한 뒤 활성 부위라는 것을 발견했고, 구조 변화로 활성을 조절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구조생물학이 기초과학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는 겁니다.

 

02
최근 알파폴드와 같은 인공지능이 구조생물학의 난제를 해결하는 등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듯 인공지능이 단백질 구조를 높은 정확성으로 예측해버리면 구조생물학자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 될까요?

인공지능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론적인 예측에 불과합니다. 과학은 이론과 실험이 모두 필요한 분야입니다.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론으로 예측한 것을 실험으로 증명해야 하고, 증명되지 않으면 과학은 한 발짝도 못 나갑니다. 이미 상당한 정확성으로 예측한 것을, 어마어마한 돈을 쓰면서까지 왜 다시 증명해야 하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는데요. 과학자들은 증명을 못 하면 ‘혹시 예측이 틀리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그 단계에서 멈춰있어요. 명확히 증명되어야만 그걸 기반으로 다음을, 또 다음을 예측하거든요. 이론 연구와 실험은 항상 같이 진행되어야 하기에, 인공지능의 이론적인 예측만으로는 과학이 발전하기 힘들 겁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은 구조생물학자들이 하는 일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에요. 구조생물학자들이 하는 일이 100이라면 인공지능은 그중 2~3 정도를 하고 있어요. 사람의 힘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이 남아있거든요. 그러니까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질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 걱정보다는 인공지능이 연구를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인공지능 덕분에 구조생물학이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사실 제가 다시 전공을 선택하라고 해도 역시 비슷한 전공을 하는 게 좋겠다 싶어요. 미래 기술의 발전 방향을 보면 생명과학에서 구조생물학이 가장 크게 발전할 분야 같아 보이거든요. 10년 전엔 없었던 전자현미경 기술의 놀라운 발전, 인공지능, 또 컴퓨팅 기술들과 같은 것들이 생명과학에서 큰 변화를 일으킬 거예요. 그것들의 한 부분을 우리 학생들이 하면 정말 좋겠네요.

03

제 목표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해 효과적인 신약 개발 표적 물질을 발견하는 것인데요, 관련 연구를 하는 교수님을 검색해 보니 화학과에 속하신 분도 계시고 생명과학과에 속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교수님도 화학과를 졸업하시고 생명과학과 교수님이 되신 것처럼요) 화학과와 생명과학과에서 하는 단백질 구조 연구의 차이점을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단백질 구조 연구를 화학으로 보냐, 생명과학으로 보냐가 사실 연구할 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아요. 화학과 생명과학의 경계가 뚜렷했던 옛날과 달리 요즘은 경계가 무너진 경우가 많아요. 굳이 나누자면 화학과에서는 단백질을 분자로 보지만, 생명과학과에서는 단백질을 세포의 한 구성단위로 봅니다. 화학과 출신인 제 입장에서 본다면 단백질은 굉장히 흥미로운 분자입니다. 그 특성과 구조, 그리고 그 구조의 변화를 화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한 겁니다. 생명과학과 분들을 보면, 그 특정 기능을 단백질이 담당하니까 생명의 기능을 알고 싶어서 단백질을 연구합니다. 그러니까 단백질의 세포 안에서의 기능에 집중한다는 말입니다. 화학과 사람들은 단백질을 하나의 분자로 보기 때문에
세포 안에서의 기능보다는 단백질이 세포 밖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합니다. 단백질이 재료로, 반도체로, 산업체에서 촉매로 쓰이기도 해서 화학과 출신은 세포 밖에서의 기능에도 관심이 많아요. 두 학과가 단백질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점이 재미있네요. 똑같은 단백질 구조를 연구하더라도 생명과학과 출신과 화학과 출신이 연구하는 게 조금 차이가 나긴 해요. 그래서 학생 입장에서 어느 과를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데, 그냥 본인에게 조금 더 편한 과목으로 가면 됩니다. 어느 쪽으로 가든지 결국 연구할 수 있지만, 학부생 때 공부하는 것을 보면 화학은 유기화학, 물리화학, 양자역학 이런 것을 배우는데 이런 걸 어려워하는 친구들도 있고 생명과학은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이런 것을 배우는데 외우는 걸 어려워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래서 결론은 어느 쪽으로 가든 졸업하고 나서는 단백질 구조 연구를 할 수 있으니까 “본인이 편한 곳으로 가라.” 이 말입니다.

 

지금까지 생명과학과 이지오 교수님과의 인터뷰 내용을 담았습니다. 랩 투어부터 인터뷰까지 기사에 담고 싶은 게 정말 많았지만, 일부만 담게 되어 아쉽습니다. 우리나라에 몇 대밖에 없는 극저온전자현미경도 직접 보고, 교수님과 인터뷰도 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신 포스텍 알리미와 인터뷰에 응해 주신 이지오 교수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고등학생 기자단 포커스의 이야기는 11월 5일 공개됩니다!

 

글. 창평고등학교 3학년 윤신유
with. 전자전기공학과 20학번 26기 알리미 이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