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1 가을호 / 포스텍 연구실 탐방기

2021-10-19 36

POSTECH 환경보건평가 연구실

Environmental & Health Assessment Lab

 

지속 가능한 환경-사회가 공존하고자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이라는 학문이 자리 잡은 지 벌써 5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실제로 자연환경을 오염시킨 다양한 물질과 이의 이동 경로를 조사하고, 오염된 환경을 정화하는 기술은 지속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자 새로운 합성 물질은 자꾸 시중에 등장하며, 중금속의 경우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금속으로서 어떤 정화 기술로도 파괴되지 않는다. 이처럼 끊임없이 등장하는 복잡한 환경 문제를 보다 실질적으로 조사하고 해결하고자 환경보건평가 연구실에서는 최근 ‘환경 과학수사 연구소’를 설립하였다.

‘환경 과학수사학’이란 환경에서 다양한 오염 물질의 출처, 배출 시기, 분포 경향에 대해 논리적인 법적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물리적, 화학적, 역사적 정보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평가하는 학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오염된 지역에 대한 정화 조치 명령이 내려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토양 정화 책임을 둘러싼 분쟁도 빈발하고 있어 환경 수사를 통한 과학적이고 공정한 평가 근거 도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환경 수사학은 지난 20년간 화학, 지리, 역사, 수문(水文), 지질 및 지구 연대를 아우르는 학제적 데이터 분석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 환경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환경 과학수사학을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오염을 야기시킨 책임 당사자 규명을 위해 ‘언제’, ‘어디서’, ‘누가’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오염 정화 비용 부담에 대한 책임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과학적으로 모색하는 것이다. 환경보건평가 연구실에서는 환경에서 검출되는 다양한 물질 중에서도 수은이라는 중금속에 초점을 맞춰 과학수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이슈화되고 있는 수은 오염 문제는 바로 POSTECH이 위치한 포항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6년 포항 형산강에 있는 재첩(민물조개)의 수은 농도가 섭취 기준치를 넘는다는 기사가 보도된 이후 수은을 방출한 업체를 규명하고자 하는 매우 다양한 연구들이 시작되었다. 수은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생체 축적성과 독성이 높아 한번 생물 및 인체에 노출되면 중추 신경계 질환, 심장병 등 다양한 보건상의 피해를 야기한다. 또한, 석탄 연소, 폐기물 소각, 시멘트 생산을 포함한 15가지 인위적인 활동을 통해 대기 및 수계(水系)로 배출될 수 있어 환경에서 수은의 출처와 배출된 시기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환경보건평가 연구실에서는 수은 안정 동위 원소1 분석 기술을 국내에서 최초로 활용하여 포항시 형산강을 오염시킨 주범을 찾고자 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사실 안정 동위 원소 기반의 환경 과학수사 연구는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Erin Brockovich’라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993년도에 크롬의 안정 동위 원소 분석을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하수를 오염시킨 업체를 밝혀내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든 케이스도 살펴볼 수 있다. 수은 안정 동위 원소를 환경 과학수사 연구에 접목하는 것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바인 만큼 분석이 매우 까다롭다. 일단 환경 매체에 존재하는 수은을 액상에 포집하고 기체화시켜 다중 질량 분석기(Multi-collector Inductively Coupled Plasma Mass Spectrometer)를 이용하여 미량으로 존재하는 수은의 안정 동위 원소비를 분석하게 된다.

수은은 총 7가지의 자연적 안정 동위 원소를 지니고 있으며 환경 시료(대기, 나뭇잎, 퇴적물, 토양, 광물 등) 및 수은 배출원(석탄 화력소, 제철소 등)에 따라 안정 동위 원소비가 구별되기 때문에 환경에서의 시료 분석을 통해 어떤 수은 배출원의 영향을 받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환경에서 다양한 생지화학적 과정을 통해 수은 안정 동위 원소가 분별되어 수은의 환경 거동성2을 평가하는 지표로도 사용된다.

포항시 형산강 이외에도 수은이란 중금속은 국제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수은은 대기에서 매우 안정된 상태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장거리 거동되어 수은 배출원이 없는 극지방에서도 검출되고 있어, 국제적인 오염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런 환경 불평등 문제 때문에 2017년에는 단일 화학 물질로서는 최초로 미나마타 국제 수은 협약이 발효되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128개국에서 수은 채굴, 수은 첨가 제품 생산을 금지하고, 대기 배출량을 규제하는 등 포괄적인 수은 규제 방안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환경보건평가 연구실에서는 오염원을 추적하는 환경 과학수사 연구뿐만 아니라 수은의 전 지구적인 거동을 파악하기 위한 해양, 산림, 북극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수은 안정 동위 원소 기반의 빅데이터를 구축하여 미나마타 국제 수은 협약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과학적 평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지]
1 안정 동위 원소 기반의 환경 과학수사 연구
Wiederhold, J. G. (2015). Metal stable isotope signatures as tracers in environmental
geochemistry.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49(5), 2606-2624.
2 수은의 7가지 안정 동위 원소
3 수은 안정 동위 원소의 생지화학적 분별
Blum, J. D., Sherman, L. S., & Johnson, M. W. (2014). Mercury isotopes in earth and
environmental sciences. Annual Review of Earth and Planetary Sciences, 42, 249-269.
4 산림에서의 수은 거동 연구

[각주]
1 동위 원소 중 자연에서 방사성 붕괴를 하지 않고 안정한 상태로 존재하는 것
2 물질이 대기-육지-수생태계 사이에서 이동되는 경로

 

<랩큐멘터리>영상에서 더 많은 이야기 만나보기

 

글. 환경공학부 권세윤 교수 / 정새봄 김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