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1 가을호 / 알리미가 만난 사람

2021-10-19 81

마음 속에서 불타는 것이 있다면, 인생은 그것을 하기 위해서 사는 것 같아요.

유주현 선배님과의 이야기

 

이공계에서 뻗어 나갈 수 있는 진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대부분의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이공계의 특성만큼이나 다양한 진로가 있을 수 있는데요. 이번 <알리미가 만난 사람>에서는 포스텍 1기 졸업생으로서, 대학원, 대기업, 그리고 창업까지 도전을 거듭하며 폭넓은 진로를 몸소 경험해보신 유주현 선배님을 만나보았습니다. 현재는 ‘포스텍 홀딩스(포항공과대학교 기술지주)’의 대표 이사직을 맡고 계신 선배님의 이야기, 함께 들어봅시다!

포스테키안 구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항공과대학교가 만든 기술지주 회사인 ‘포스텍 홀딩스’의 대표 이사직을 맡은 유주현입니다. 저는 포스텍 1기 졸업생으로, 포스텍 87학번이고요.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무려 포스텍 1기 선배님이신데요. 당시 기존의 학교가 아닌 새로 설립된 학교에 지원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학교를 방문해서 캠퍼스를 둘러봤던 게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학생인 저로서는 최신 컴퓨터와 좋은 기숙사 시설이 갖추어진 학교라는 점이 와닿았고, 아버님 입장에서는 장학 제도가 마음에 드셨었던 것 같아요. 또, 공부에 집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에서 아버님과 뜻이 맞아 포스텍으로의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학부생으로서 어떤 학교생활을 보내셨나요?
1기였기 때문에 선배들이 없어서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새로 만들어야 했어요. 교수님들도 학생들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저희를 통해 실험하셨어요. 그래서 공부량이 많아 우스갯소리로 저희끼리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말을 하곤 했죠.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즐겼던 것 같아요. 물론 어떤 것이 정답인지 알 수 없어서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당시의 학교생활이 부끄럽기도 하면서 자랑스럽기도 해요.

 

학부를 졸업한 뒤에 어떤 진로로 나아가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교수가 되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대학원에 갔어요. 그런데 새로운 것을 연구하는 건 좋았지만, 경제적으로 가치를 만드는 쪽으로는 연결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저와 맞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그러던 중, 박사 졸업을 앞두고 있었을 무렵에 IMF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기업으로부터 산학 장학생으로 회사에 오거나 장학 지원을 끊을 수밖에 없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리고 고민 끝에 대기업으로 가게 됐죠. 막상 일을 시작했는데 회사가 정말 재밌었어요. 당시 디지털 TV와 관련된 부서에서 일했는데, 디지털 TV는 있지만 방송을 할 수 있는 솔루션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후에 이 솔루션을 개발하면서 학교 동기들과 만든 회사가 바로 현재의 ‘알티캐스트(Alticast)’예요. 현재는 저를 포함한 창업 멤버가 다 빠져나왔지만, 약 15년간 일을 하면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국산 방송 솔루션이 방송국에서 쓰이는 등, 정말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났죠. 방송 쪽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라는 말을 듣기도 했던 값진 경험이었어요. 2017년에 회사를 나오면서 다른 창업을 하려고 했는데, 원래 기술지주 대표였던 동기로부터 기술지주를 맡아 달라는 제안이 왔어요. 하고 싶던 창업을 할지, 기술지주를 맡을지 고민하던 중, 동기가 했던 “후배들을 위해서 너의 경험을 나눠줘야 하지 않겠냐”라는 말이 마음에 걸려 창업을 포기하고 기술지주의 대표로 오게 됐어요.

 

정말 다양한 길을 거쳐오셨는데요. 그렇다면 포스텍 홀딩스란 어떤 회사인가요?
포스텍 홀딩스는 창업을 시작하신 분들을 투자를 통해 도와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면 돼요. 투자 기능을 하는 회사가 다양한데, 그중에 설립한 지 3년 이내의 초기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라는 회사가 있어요. 포스텍 홀딩스는 대학이 만들었지만 액셀러레이터의 자격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등록되어 있죠. 펀드를 만들어서 좋은 초기 기업에 투자하여 수익을 내는 구조로 되어 있고, 지난 3년 동안 7개의 펀드를 만들어냈어요. 덕분에 이전에는 20억 규모였지만 현재는 400억 규모의 펀드를 가지고 있죠. 현재까지 투자한 기업의 수가 60개 정도 되는데, 앞으로도 펀드를 추가로 만들고 계속 할 것입니다.

 

요즘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요. 창업 꿈나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창업을 너무 일찍 시작하는 분들이 있어요. 아이템에 따라서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만큼 진입 장벽이 낮아 경쟁이 심합니다. 그래서 경험상 기술에 기반한 창업이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일찍이 그런 경험을 하는 건 좋지만, 인생을 다 거는 건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전공 지식을 쌓고, 인턴 등의 경험을 하면서 시야를 넓히고 최소한 대학을 졸업하거나, 가능하다면 대학원까지 경험을 해보면서 창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도 모두 스스로 배워서 일궈낸 것인 만큼 자신만의 무기가 있을 때 창업을 하는 것이지, ‘이거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만으로 시작하는 것은 위험해요. 전문성과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렸을 때 기회가 생길 겁니다.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되, 너무 서두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생면부지의 사회로 나갔을 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아요. 학교생활을 하며 두루두루 사람들을 사귀면서 신뢰 가능한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가는 것을 추천할게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도전을 해보신 경험을 바탕으로 이공계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인생이 생각보다 짧아요. 이렇게 짧은 인생인데 남의 눈치 볼 것 없어요. 남의 눈에 좋은 거 하려고 애쓸 필요 없고, 본인이 떳떳하고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면서 소신 있게 살아야 결과도 받아들일 수 있고, 후회도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물론 주변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검증을 해야 하겠지만, 다른 사람의 결정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해야 해요. 우리가 모든 길을 다 가볼 수는 없잖아요? 저 역시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지난날을 돌아봤을 때 아쉬움만 있을 뿐, 후회는 없어요. 본인의 마음속에서 불타는 게 있다면, 인생은 그것을 하기 위해서 사는 것 같아요.

 

포스텍 1기 선배님으로서 지금의 포스텍이 높은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큰 공헌을 해주신 유주현 선배님. 포스텍의 슬로건인 ‘Dare to be different’에 걸맞은 도전을 끊임없이 해오셨습니다. 여러분도 선배님의 말씀처럼, 마음속에 불타는 무언가를 위해 살아가다 보면 아쉬움은 있을지라도 후회 없는 날들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 내내 후배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며 어떤 조언을 해줄지 고민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유주현 선배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글. 전자전기공학과 20학번 26기 알리미 노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