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0 겨울호 / Hello Nobel
(2020 노벨 물리학상)
블랙홀의 존재를 증명한 3명의 과학자
Sir Roger Penrose x Reinhard Genzel x Andrea Ghez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은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블랙홀의 존재를 수학적인 방법을 통해 입증한 로저 펜로즈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실제로 블랙홀을 관측한 라인하르트 겐첼 미국 버클리대 교수, 앤드리아 게즈 UCLA 교수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들은 각자 수학적, 관측적 방법으로 블랙홀의 존재를 입증한 공을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이들의 연구가 노벨상을 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전까지는 사람들의 머릿속이나 노트에서만 존재하던 블랙홀이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존재함을 밝혔기 때문인데요.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블랙홀의 개념이 어떻게 등장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블랙홀의 개념은 1783년에 영국의 과학자 존 미첼로부터 처음 등장합니다. 그는 캐번디시라는 과학자에게 쓴 편지에서 “만약 태양과 같은 밀도를 가진 어떤 구체의 반지름이 태양의 500분의 1로 줄어든다면, 무한한 높이에서 그 구체로 낙하하는 물체는 표면에서 빛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를 얻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빛이 다른 물체들과 마찬가지로 관성량에 비례하는 인력을 받게 된다면, 이런 구체에서 방출되는 모든 빛은 구체의 자체 중력으로 인해 구체로 되돌아가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처음으로 블랙홀의 개념을 이야기하죠. 그 이후 라플라스라는 수학자가 1796년에 같은 개념을 이야기하지만, 학계에서 완전히 무시당합니다.
그림 1. 펜로즈의 Spherically symmetrical collapse 다이어그램
Roser Penrose, 「Gravitational collapse and space-time singularities」, Roser Penrose, Physics Review Letter 14(1965 winter), p58
그러나 시간이 흘러 20세기에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일반상대성이론이 등장하면서 블랙홀의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등가원리에 기반한 ‘중력이 질량으로 인해 시공간이 휘어지면서 생기는 효과’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공간상의 한 영역에 질량이 특정 밀도를 넘어 밀집되면, 시공간의 휘어짐이 만들어 내는 중력으로 인해 빛마저도 빠져나올 수 없는 영역의 존재를 예측합니다. 그리고 이를 블랙홀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블랙홀이라는 이름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도록 하는 가시광선을 포함한 모든 것을 흡수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직접 볼 수 없어 검다는 의미를 담아 붙었습니다.
이렇듯 블랙홀은 이론에서만 존재하였기 때문에 수학적으로만 존재하는 허상이라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1965년에 로저 펜로즈 교수가 그의 논문 ‘Gravitational collapse and space-time singularities’에서 귀류법을 통해 미분 기하학적인 개념을 포함한 수학적 논증에 성공하면서 블랙홀이 단순히 수학적인 허상이 아닌, 실제로 우리가 사는 현실에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이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창시자인 아인슈타인마저 이론으로만 그 존재를 예상하며 확신하지 못한 블랙홀이 현실에서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고, 이후 블랙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그림 2. 궁수자리 A* 주위 6개 별의 추정궤도
F. Eisenhauer et al, 「Sinfoni in the Galactic Center : Young stars and infrared flares in the central light-month」, The Astrophysical Journal(2005 summer), p252
그림 3. M-87 블랙홀의 그림자
https://eventhorizontelescope.org/press-release-april-10-2019-astronomers-capture-first-image-black-hole
라인하르트 겐첼 교수와 앤드리아 게즈 교수는 궁수자리 주위의 별인 궁수자리 A* 주위 별들의 움직임을 관찰합니다. 놀랍게도 주위의 별들은 궁수자리 A*를 중심으로 타원 궤도를 공전하고 있었는데, 주위 별의 관측값을 바탕으로 계산해 낸 궁수자리 A*의 질량은 무려 태양 질량의 430만 배라고 합니다. 이는 초대질량 블랙홀이라고 할 수 있는 엄청난 질량이기 때문에 블랙홀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죠.
이렇게 이번 노벨물리학상은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던 블랙홀의 존재를 수학적, 관측적 방법을 통해 입증한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습니다. 블랙홀의 존재를 예견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많은 과학자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2019년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된 M-87 블랙홀처럼 지금까지도 새로운 관측 결과와 연구들이 그의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100여 년 전에 한 천재 과학자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이론이 이렇게 완전하다니, 참 신기하지 않나요? 블랙홀의 존재를 입증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3명의 과학자분께 이 글을 바치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 중에서도 우주의 비밀을 파헤칠 분이 나오는 그날까지, 여러분의 앞날을 응원하겠습니다!
(참고 문헌)
– Michell John,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 Volume 74(1784)」, p35-57
– 오성진, 「[프리미엄 레포트] 노벨물리학상 ‘펜로즈 특이점 정리’ 이해하기」, 『동아사이언스』, 2020.11.07,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1191
– 안될과학, 「202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블랙홀 심화 정리![안될과학 – 긴급과학]」,
『유튜브』, 2020.10.04, https://www.youtube.com/watch?v=BrNLVmZuipw
(교수 사진 출처)
로저 펜로즈 교수 https://www.flickr.com/photos/14243297@N07/6294592055
라인하르트 겐첼 교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Reinhard_Genzel.jpg
앤드리아 게즈 교수 https://en.wikipedia.org/wiki/Andrea_M._Gh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