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9 여름호 / 선배가 후배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 인생의 갈림길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남들에게 본인의 미래를 묻기보다, 본인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 나갈지 생각하는
시간을 길게 가지시는 여러분이 되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4학년이며, 대학원생이 되어 학업을 계속하기로 한 이재욱입니다. 저의 과거 이야기를 해 보면, 우선 중학교 시절엔 게임에 미쳐 있었습니다. 장래희망은 프로게이머였고 중학교 선생님에게 스타크래프트 스쿨리그에 나가게 해 달라고 조르기도 했습니다. 저는 좋아하는 게 게임밖에 없었고, 공부는 하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치 인생에서 게임을 하는 것처럼, 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인생의 빌드를 선택을 하게 됐을 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저와 성적이 비슷하던 다른 학생들과 달리, 적정 고등학교와 하향 고등학교 중 하향 고등학교를 선택해 수시를 준비했고 좋은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좋은 대학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련이 남아 신입생 때 대입을 다시 준비해, 결국 더 좋은 학교인 포스텍에 오게 되었습니다.
포스텍에서의 생활은 사실 순탄치 않았습니다. 전적 대학에서 4.0 이상의 높은 학점을 받고 자신감에 차 있던 상태였지만 입학 후 일반화학 학점 취득 시험을 치게 되었을 때는, 저의 부족함을 느끼며 문제를 다 풀지도 않고 포기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1학년 때에는 전적 대학 때보다 분명 더 큰 노력과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이 넘는 과목이 많지 않아 벽을 느끼고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SES 프로그램과 연구 참여에 참여하면서 무엇이 저의 진로에 적합한지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과 취업의 갈림길에서는 새벽 4시까지 어떻게 인생을 살지 생각하며 잠에 못 들 정도로 많은 고민을 했고, 결국 대학원 입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충분한 고민과 설계는 제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더 좋은 기회를 얻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여러분들의 경우에는 고등학생이시기 때문에, 선택의 중심이 되는 것은 대학교가 될 것 같습니다. 무엇이 더 나은 결정인지 알기 위해 여러분들은 가족, 친구, 선생님 등에게 조언을 구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조언을 구하는 이유는 정말 어떻게 할지 몰라서가 아닌, 본인이 가진 답에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에게 본인의 미래를 묻기보다, 본인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 나갈지 생각하는 시간을 길게 가지시는 여러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학교를 두 곳 다녀본 제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좋은 대학에 갈수록 더 많은 선택지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와 비례하여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포스텍에 오게 되면 학력에 대해 어떤 불만도 가지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가끔 다른 대학의 조건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저와 마찬가지로 대입에서 어떤 선택과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이 여러분을 만족시키는 일은 매우 힘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대입 이후 인생을 위한 최고의 선택을 하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대학교도 인생의 결과가 아니라 인생의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의 가짓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마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지금부터 제가 가질 수 있는 인생의 가짓수는 여러분들보다 비해 비약적으로 작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충분한 가능성과 선택의 가짓수가 있는 여러분이 부럽기도 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여러분들이 각자의 대학교에 입학해 제일 나은 선택들을 고르면서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화학공학과 16학번 이재욱